※참고로 이 이야기는 모든 콘택트렌즈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님 (아닐 거라고 기도한다)


나는 몇년 간 콘택트 렌즈회사에서 일했다. 내가 입사한게 2007년 비가 한창 오던 장마철이었다.

내가 들어간 회사는 국내 동종업체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했다. 내가 일할 부서는 생산되어 나온 렌즈를 보관하고 국,내외 거래처에 물건을 출고 시키는 제품관리과 였다. 말 그대로 거래처(안경점)에서 전화로 주문을 하면 그걸 포장해서 택배 및 영업사원을 통해 배송시키는 업무가 주된 업무였다.


입사 첫날 내가 회사에 들어가서 한 일은 제품 출고도 전화 접수도 아니었다. 라벨 교체.

이 라벨 교체가 무엇인가. 렌즈는 여러가지 도수가 생산된다. 미용렌즈 같은 경우는 도수가 없는 무도수(0.00)가 제일 인기가 많고 도수가 높을 수록 주문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유통기한이 2년이라고 해도 적정 재고 수량을 채워놓다 보면 악성재고로 쌓이게 된다. 유통기한이 지난 렌즈는 파기를 하거나 포장을 뜯고 다시 멸균 과정을 거쳐서 새 제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허나, 그러다 보면 회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돈과 인력이 소요된다. 그래서 라벨을 교체했던 것이다. 

즉 유통기한이 5개월 안으로 남은 렌즈의 라벨을 뜯어내고 새로 뽑은 유통기한이 오래남은 라벨로 교체를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불법.. 난 들어가자마자 그걸하게 되었다. 근데 그걸 사장이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

허나 어쩌겠나.. 그땐 아무것도 몰랐고, 렌즈 전체에 대해 라벨 교체를 하는게 아니라. 안경점에서 주문한 렌즈 중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몇개의 렌즈만 어쩌다가 교체했으니...


라벨 교체 말고 또하나 조작을 가 한다. 바로 도수 수정.

주문이 들어온 렌즈의 재고가 없을 경우. 0.25 디옵터를 수정하는 것이다. 즉. 주문은 -0.75 렌즈가 들어왔는데 이 도수가 재가가 없을 경우 -0.50 이나 -1.00 의 도수를 -0.75로 수정해서 나가는 것이다. 이 정도는 안경점에서도 상황을 봐서 조정을 한다. 사람마다 약간 높은 도수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눈이 편하게 낮은 도수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하지만 도수를 수정하다 보면 당연히 라벨도 바꿔야 한다. 왜냐하면 라벨에는 도수가 프린트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당연시 로트넘버도 바뀌고 유통기한도 바뀌게 되는 것이다. 라벨 교체가 이루어지지 안을 경우에는 아세톤을 이용해서 도수만 지워 버린다.


렌즈를 샀는데 라벨에 -1.50 이런식으로 도수 넘버가 없다면 이건 100%에 가깝게 라벨을 교체했거나, 도수를 지워 버린 것이다. 이경우에는 두가지 경우가 있다(악의적의 경우로 지웠을 경우).


1.유통기한 조작

2.도수 수정


라벨에 레이저 프린터로 인쇄하지만, 렌즈 캡이라고 하는 뚜껑 부분에 인쇄된 숫자(도수)는 이곳저곳에 긁혀서 지워질 수는 있지만 알콜성 물질로 문지르거나 하지 않았다면 왠만해선 종이에 프린트된 글자는 지워 지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두가지 경우 인기 있는 미용렌즈의 무도수(0.00) 경우 재고가 쌓이기 바쁘게 출고 되다 보니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루 하루 일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무덤덤하게 저런 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제품 출고 부서에서 미용렌즈 생산 관리직으로 보직 이동을 했다. 이 전까지는 대부분의 공정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 체험은 못해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몰랐다.


생산라인에 투입되어서 이것저것 현장 일을 관리하다 보니 이곳도 만만치 않았다.

미용렌즈에는 몰드라 불리우는 플라스틱수지에 여러가지 색상의 모양을 찍어낸다. 그 후에 렌즈가 되는 수지를 입히는 식이다.


렌즈 이미지는 웹에서 가져 가져왔음을 알림





미용렌즈를 보면 알겠지만 검정색으로 이루어진 렌즈와, 여러가지 색상으로 이루어진 렌즈가 있다. 눈에 직접 끼는 렌즈다 보니 이 색상을 만드는 안료 자체도 식약청의 허가를 얻은 걸 써야한다. 또한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CE 인증과 FDA 인증까지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안료들은 비싸기도 하고, 종류도 다양하지 못하다. 그래서 서류상으로는 승인을 받은 안료를 쓰는 것처럼 허가를 받은 뒤 실상은 저렴한 안료를 쓴다. FDA는 물론 식약청에서 승인을 받았는지 조차 모른다.


물론. 완제품은 주기적으로 무해하다는 걸 기관에서 검사를 한다. 이상이 없으니 판매가 계속 이루어지는 거겠지만, 그 재료는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모르는 원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놈의 미용렌즈란 것이 미용공정이 참으로 까다롭다. 불량률도 높고 색상의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내가 일할 무렵(지금도 그렇지만)에는 경화 불량이 많이 일어났다. 잉크가 찍힌 무늬 위에 수지를 넣어서 이걸 굳혀 렌즈로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잉크가 제대로 경화가 되지 않으면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고 무늬가 틀어지거나, 열탕 과정에서 색이 빠져 버린다. 열탕과정에서 색이 안 빠지더라도 보관중 색상이 연하게 빠져 버리게 된다.


경화불량이 한창 일어나던 시기에 경화제를 쓰던 것에서 Hexamethylene diisocyanate 라는 것으로 바꾸어서 생산을 했었다. 자주 불량이 나는 서클렌즈와 펜시렌즈와 기타 몇몇 렌즈에 한해서 말이다.


허나 이 제품에 대해서 알아보니 유독성 물질이다.. 급성독성물질 마크부터 시작해서 누가 봐도 안 좋다는 로고를 여러개 붙이고 있었다. 아래 세개 말고도 강에 절대 버리지 말라는 표시까지...




자세한 성분은 아래를 클릭해 보시라..



누가 봐도 독성 물질임을 알 수 있다. 저걸 쓰라고 하면서 부사장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걸 쓴다는 게 알려지면 끝장이니까 절대 발설하지 말아라.

물론 이 회사가 자랑하던 서클렌즈 생산 방식에 샌드위치 공법이라는 걸 쓴다면 그래도 그 영향이 최소화 될수 있겠지만 저 약품을 사용할때는 그 샌드위치 공법으로 인해 색상이 빠져버리는 불량이 났기 때문에 그 샌드위치 공법도 적용하지 않았다.
샌드위치 공법이란 몰드 위에 얇은 투명막 작업을 한후 그 위에 잉크 인쇄 작업을 한다. 그로 인해 잉크가 직접 눈에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얇은 투명이 없다고 한다면 저 약품을 쓴 잉크가 직접적으로 눈에 닿는다고 봐도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 약품을 사용한 렌즈를 샘플로 내가 착용해 본 결과 눈에 넣자마자 너무 따갑고 시려웠다. 열탕 과정 시간을 늘리고 약품 배합 비율을 현저히 적게 한 후에도 시립다는 느낌을 받았다. 금새 없어지긴 했지만.. 그러니 얼마나 독한 약품인지 알 것이다.

얼마 안 있다가 경화 문제가 진전을 보여서 이전 경화제로 변경을 하긴 했지만, 저 화학약품을 쓴 렌즈가 누군가의 눈에 들어갔다는 건 틀림 없을 것이다. 제조 회사의 이름으로만 나가는게 아니라 OEM으로 여러 회사에 납품까지 하니. 다른 회사 이름으로. 다른 모양의 렌즈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 할 것이다..

그저 콘택트렌즈라고 하면 첨단 의학기술이 사용되고 정말 청결하고 그럴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직접 현장에서 일해본 결과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적인 아큐브나 바슈롬이니 시바렌즈니 이런 곳은 철저한 품질 관리와 청결이 유지 되겠지만, 일부 몇몇 국내 콘택트렌즈 회사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처음 렌즈 회사를 들어갔을때는 신기한 마음에 서클렌즈도 껴보고 미용렌즈도 껴보고 했으나, 내가 직접 생산라인에 투입되고 한 후로는 절대 미용렌즈를 끼지 않는다. 신제품 출시를 위해 내가 직접 정상적인 방법으로 만들어낸 샘플이 아닌 이상 내눈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았다.

이렇게 비승인 안료와 화학약품들이 추가 되고 여러가지 불법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식약청 검사에서 무사 통과되는 이유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으리라,,

3일 동안 감사한답시고 오는 그 분들께서는 첫날에는 점심시간 맞춰서 오신다. 도착후 바로 점심 드시러 나가셔서 오후 3시 넘어서 들어오시고, 퇴근은 5시 조금 넘어서 회사 임원과 나가신다. 다음날 출근은 10시 이후. 또한 점심 드시러 12시쯤 나가셔서 2시 정도에 들어오시고, 6시 땡! 하기도 전에 퇴근하신다. 보통은 5시쯤..
마지막 날도 별다를 건 없다. 10시 넘어서 오셔서 점심만 드시고 그냥 각 부서 간부들 불러서 지적사항 말씀 하신뒤 4시쯤 가신다...

가실때 뭔가 흡족한 표정으로 가시던 그 분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저런 여러가지 상황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서 재승인이 나는 그 이유(?)를 직접 본 직원도 있다지만.. 미천한 사원인 내가 어찌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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